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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여행

제목

무주구천동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2013.0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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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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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수
1912
내용

장마가 끝나고 본격적인 더위만 남았다. 옆집 엄마는 해외여행을 간다며 잔뜩 염장을 지른다. 애꿎은 남편을 달달 볶아서 한발 늦게 떠나는 여름휴가. 오히려 천만다행이다. 한숨 돌린 계곡은 한결 여유롭고, 장맛비 덕에 불어난 수량은 8월의 더위를 식혀준다. 계곡에 발을 담그고 있으면 해외여행이 부럽지 않은 곳이 전라북도 무주다. 온 가족이 만족할 수 있는 여름 무주를 다녀왔다.


덕유산 깊은 골을 타고 흐르는 구천동계곡. 구천동계곡에 발을 담그면 금세 으스스 한기가 느껴진다.

무주는 구천동이다


무주는 전체 면적의 80% 이상이 산림으로 이루어져 있다. 전라북도를 대표하는 오지 중의 오지다. 대전-통영 간 고속도로가 개통되면서 수도권에서도 무주를 찾는 게 멀지 않다. 무주는 산이 깊은 만큼 골도 깊다. 이름난 무주 구천동계곡과 칠연계곡은 덕유산에 몸을 숨기고 있다. 1,614m의 최고봉 향적봉에서 발원한 계곡들은 저마다 흘러가는 방향은 다를지 모르나 그 뿌리가 하나임에는 분명하다.

무주IC를 빠져나와 23km 정도를 달리면 나제통문이다. 무주 구천동계곡이 시작하는 지점이기도 하다. 나제통문은 설천면과 무풍면을 가로막은 암벽을 뚫어 만든 동굴문이다. 높이가 어른 키의 서너 배는 됨직하고, 넓이는 차량 두 대가 나란히 다녀도 될 만큼 넉넉하다. 삼국시대에는 신라와 백제의 경계관문이라 나제통문이라는 이름이 붙었다고 한다. 무주는 신라와 백제의 국경이 맞닿았던 군사적·지리적 요충지였다. 서로 땅을 차지하려고 수많은 사람이 이곳에서 피를 흘렸을 터. 오죽하면 무성할 무(茂)와 붉을 주(朱)를 따서 '피가 무성한 곳'이란 뜻의 '무주'라 했을까. 그런데 최근에 이 문이 삼국시대 때부터 있던 것이 아니라 일제강점기 때 뚫었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고 한다. 같은 무주 사람이라도 나제통문을 사이에 두고 사투리가 조금씩 다르다고 하니 어쨌든 흥미로운 곳임에는 틀림이 없다.

나제통문을 구경한 뒤 팔각정에 오르면 좀 더 시원하게 구천동계곡을 내려다볼 수 있다. 팔각정 오른편에 구한말 일본에 항거했던 의병장 강무경의 동상이 있다. 나제통문 옆으로 본격적인 구천동계곡이 시작되는데, 덕유산 국립공원의 중턱에 있는 백련사까지 그 길이가 28km에 이른다.


1 나제통문을 지나 덕유산으로 향하는 길목에서 만나는 한가로운 풍경. 2 무주3경에 이름을 올린 수성대. 3 신라와 백제의 국경 역할을 했다는 나제통문.


구천동 33경, 최고의 드라이브 구간으로 손꼽혀

국립공원 덕유산으로 향하는 도로 옆으로 넓은 계곡이 흐른다. 길가에 주차를 하고 물놀이를 즐겨도 부족함이 없어 보인다. 한가로운 농촌 풍경은 아이의 눈에도 여유로워 보인다. 작은 마을에 들러 어르신들께 옛날이야기 한 토막을 청해도 될 것 같은 분위기다.

4km 정도를 달렸을까. 청정 지역에만 산다는 반딧불이가 서식하는 월현마을이 계곡 건너편으로 보인다. 반딧불이는 초여름 늦은 밤에 볼 수 있는 곤충으로 꼬리 부분에서 빛을 밝히는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이어 5km 정도를 더 가다 보면 수성대가 나온다. 크고 작은 바위가 누가 일부러 세팅해놓은 듯 가장 보기 좋은 위치에 놓여 있다. 경관이 수려한 곳에는 어김없이 풍류를 즐겼던 선비들의 발걸음이 머물렀다. 실제로 영·호남의 선비들이 이곳에서 시회(詩會)를 자주 열었다고 전해진다. 이어지는 비경은 구천동 33경 중 제7경인 함벽소. 이곳 역시 뜨겁게 달궈진 조약돌이 시원한 물줄기를 향해 구애의 손짓을 하는 곳이다. 큰 바위들이 널브러져 있고 그 사이마다 크고 작은 소(沼)가 가득하다. 물살이 잔잔한 곳은 거울처럼 맑다. 하늘의 구름까지도 정확히 물 위에 그려진다. 이렇듯 구천동 제1경 나제통문을 시작으로 제 14경 수경대까지는 드라이브하기에 좋다.


무주 읍내를 밝히고 있는 사랑의 다리. 무주 머루와인동굴의 출입구.(사진 위부터)

구천동관광단지 주차장에 차를 두고 숙박 단지와 식당 단지에 오르면 눈이 휘둥그레진다. 어쩜 산속 깊은 곳에 이렇게 많은 업소들이 있을까. 이곳까지 와서도 노래방이나 단란주점에 가다니, 인간의 향락 문화는 장소를 가리지 않는 듯하다.

삼공매표소(매표소는 있지만 무료입장할 수 있다)를 지나면 계곡 길을 따라 숲 속 산책이 가능하다. 무엇보다 자전거를 빌려 탈 수 있는 구간이라는 점이 큰 장점이다. 삼공매표소를 지나 녹색탐방 자전거센터에 신분증을 맡기면 자전거를 무료로 대여할 수 있다. 평일에는 안심대까지 왕복 약 10km 구간을, 주말에는 자전거 순환 코스 구간을 이용하면 된다. 문의 063-322-3473

우리 아이가 형설지공을 깨달았어요!

무주반디랜드는 무주 여행을 시작하는 날이나 마지막 날에 찾으면 좋은 곳이다. 무주가 청정지역임을 보여주는 곳이니 꼭 찾아보자. 반딧불이는 물론 희귀 곤충까지 만날 수 있어 아이들에게는 더없이 흥미진진할 것이다. 뿐만 아니라 누워서 우주를 보고 자연을 감상할 수 있는 돔 영상관과 입체 영화를 감상할 수 있는 공간도 있다. 입체 안경을 쓰고서 곤충올림픽과 반딧불이가 전하는 모험의 세계를 담은 영화를 보다 보면 엄마, 아빠도 동심으로 돌아가게 된다. 반딧불이가 뿜어내는 빛을 실제로 볼 수 있는 깜깜한 방에 들어서면 처음에는 아이가 엄마의 손을 꼭 붙잡으며 떨어지지 않으려 한다. 하지만 불빛을 밝히며 날아다니는 반딧불이가 눈에 익으면 언제 그랬냐는 듯 기분 좋은 탄성을 터뜨린다. 반딧불이 체험을 하고 난 뒤 아빠가 반딧불이를 등불삼아 공부한다는 뜻의 고사성어 형설지공(螢雪之功)을 설명한다면 엄마의 얼굴에도 미소가 번질 것 같다. 무주반디랜드에서 온 가족이 함께 모여 앉아 곤충에 관한 문제도 풀어보고, 곤충 상식도 키우는 보람 있는 학습 여행의 기회가 될 것이다.

낮에는 태양을, 저녁에는 행성과 성운 등을 관찰할 수 있는 반디별천문과학관도 함께 돌아보면 좋다. 10평에서 20평 규모로 마련돼 있는 통나무집에서 하룻밤 보내는 것도 운치 있다. 7, 8월에 운영하는 물놀이장도 인기다. 문의 063-320-5670, www.bandiland.com


무주반디랜드의 환경테마공원. 부대시설이 잘 돼 있어 캠핑이 더욱 즐거운 덕유대야영장. 돌담이 정겨운 지전마을. 자전거 탐방로를 이용해 덕유산을 돌아볼 수 있다.

더위서 더욱 좋은 무주 머루와인동굴


무주 머루와인동굴은 무주 양수발전소 공사 때 작업을 위해 뚫은 터널이다. 이것을 무주군이 머루와인 숙성·저장·시음·체험 공간으로 리모델링해 관광객을 불러 모으고 있다. 사시사철 인기가 좋지만 특히 여름에 인기 절정이다. 실외 온도가 30℃를 넘어도 이곳은 연평균 기온 13~14℃를 유지해 오래 있으면 한기가 느껴질 정도로 시원하다. 동굴에서는 노화 방지와 항암 효과가 뛰어난 머루와인을 시중가보다 저렴한 가격에 판매하고 있다. 입장권(2천원)으로 머루슬러시와 머루주스 중 하나를 선택해 마실 수 있다. 서늘한 기운에 온몸이 오싹해질 때 따뜻한 와인에 발을 담그면 원기가 충전된다. 3천원(취학 전 아동은 2천5백원)이면 와인 족욕도 가능하다. 머루장승부부, 연인, 오줌 싸는 아이 등 나름 이야기를 담은 구조물들도 챙겨볼 만하다. 문의 063-322-4720, cave.mj1614.com


관광객이 머루와인을 시음하고 있다.


함께하면 좋은 곳


지전마을 돌담길은 아직 외지인들에게 많이 알려지지 않은 곳이다. 여름에 이곳을 찾으면 좋은 이유는 3백세가 넘은 느티나무가 넓은 그늘을 만들어주고, 그 앞으로 남대천이 흐르기 때문. 돌담길은 2006년 문화재청으로부터 대한민국 등록문화재 지정을 받았다. 가옥들은 우리나라 전통적인 마을 구조를 하고 있으며, 담은 흙과 돌을 함께 쌓아 그 모습이 정겹다. 어린아이가 단 한 명뿐일 정도로 조용한 마을이다. 그 덕에 논밭에서 일하고 계시는 어르신들께 큰소리로 인사만 건네도 반갑게 맞아주실 것 같다. 마을을 돌아보는 시간은 1시간이면 충분하다.

시간 여유가 있다면 무주 읍내를 한 바퀴 돌아보자. 무주읍에 있는 한풍루는 호남 최고의 누각이라 불리는 전주의 한벽당, 남원의 광한루와 함께 빼어난 경치를 자랑하는 호남삼한으로 불린다. 언제 누가 지었는지 명확하지 않지만 몇 차례 방화로 훼손된 것을 1971년 무주 군민들의 노력으로 지금의 모습을 되찾았다. 누각에 올라갈 수 없어 아쉽지만 주변 공원 산책을 겸해서 돌아볼 만하다. 인근에 있는 반딧골전통공예문화촌에서 더위를 피해도 좋겠다. 이곳에는 미술에 조예가 없는 일반인들이 봐도 그 힘을 느낄 법한 조선시대 최북의 작품을 전시한 최북미술관과 일제 암흑기에 문학평론가로 활약한 김환태 선생의 도서와 유물이 전시된 김환태문학관이 있다. 문의 063-320-5636, art.muju.go.kr

여행 정보


민물고기를 푹 고아낸 어죽. 시골 장터의 맛을 느낄 수 있는 반딧불이장터의 장터국밥.

민박

알뜰족에게는 무주군 설천면 마을회관과 경로당 민박을 권한다. 설천면에 있는 마을회관과 경로당이 모두 16곳에 이른다. 이용료는 인원과 방의 규모에 따라 5만원에서 30만원까지 다양하다. 문의 설천면 주민자치센터 063-320-5812

야영 & 오토캠핑

덕유대야영장은 부대시설이 잘 갖춰져 있다. 구천동계곡이 야영장 바로 옆에 있어 물놀이도 가능하다. 자연 관찰로가 조성돼 있으며 샤워장, 취사장, 화장실 등 편의시설이 좋은 편이다. 예약은 받지 않으며 선착순으로 현장 결제해야 한다. 야영 장비가 없는 여행객을 위해 풀옵션캠핑존을 운영하고 있다. 캠핑카에서 하룻밤을 묵을 수 있는 캐러밴도 인기다. 문의 063-322-3173, main.knps.or.kr

무주 별미

어죽과 표고버섯국밥, 산채비빔밥 등이다. 어죽은 금강이 흐르는 무주에서 흔히 맛볼 수 있는데, 민물고기를 푹 고아낸 국물에 고추장을 푼 뒤 쌀이나 국수를 넣고 끓여내는 보양식이다. 금강식당(063-322-0979)의 어죽은 민물고기 특유의 흙내가 없어 부담스럽지 않다. 무주 반딧불이장터에서 별미로 알아주는 장터국밥도 괜찮다. 화려한 맛은 아니지만 시골장터에서 맛볼 수 있는 소박한 맛이 좋다. 소문난순대(063-322-3186).


여행작가 임운석은…


2001년 본인보다 여행을 1% 더 좋아하는 아내와 결혼해 평생 여행만 하며 살자고 약속했다. 그 약속을 지키기 위해 다니던 외국계 회사에 사표를 던지고 전업 여행작가의 길을 걷고 있다. 20대 때는 연극배우로 활동하면서 신인상 후보에 올랐으며, 전국민속예술경연대회에서 문화부장관상을 수상하는 등 문화와 예술에도 많은 관심을 갖고 있다. 현재 한국여행작가협회 회원이며 문화재청 헤리티지채널 사진작가, 국내 아웃도어 전문 업체의 로드플래너와 사진작가로 활동 중이다. 블로그 '빛과 바람 그리고 떠나고 싶을 때 떠나라(http://roomno1.blog.me/)'를 통해 독자들과 소통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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